작년에 쓰려고 했다가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쓰게 됐다.
IT 서비스 기업에 가고 싶다면, 요즘은 라이브 코딩 테스트를 거의 피할 수 없는 것 같다. 실제로 내가 작년에 본 면접 중 절반 이상인 4곳 모두 라이브 코테를 봤다. 내가 본 회사와 직무는 이렇다.
- 당근 - 백엔드 인턴
- 데브시스터즈 - 쿠키런 서버 개발자
- 야놀자 Next -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턴
- 어피닛(밸런스히어로) - AI-Native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인턴
데브시스터즈를 제외하면 모두 인턴 채용이었는데, 그럼에도 라이브 코테를 봤다. 심지어 데브시스터즈와 야놀자는 코테를 보고 면접으로 라이브 코테를 또 보는 프로세스였다. 아마 공채가 아닌 이상 거의 다 보는 추세인 것 같다. (물론 내가 그런 곳만 붙은 걸 수도 있다.)
문제는, 네 곳의 방식이 전부 달랐다는 것이다. 라이브 코테가 익숙한 사람은 거의 없을 텐데, 기업에서 어떤 형식으로 보는지를 친절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코테는 기출까지 떠도는 마당에 약간 억울한 감이 있지만, 모두가 같은 조건이니 전반적으로 잘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이렇게 나마 경험을 적어서 공유를 해볼까 했다! 물론 각 기업의 면접 내용을 자세히 말하진 못한다. (그러면 잡혀갈지도 모른다...) 그래도 대략 어떤 형식과 느낌이었는지 정리해보려 한다.
회사 별 라이브 코테 후기
1. 당근
상반기에 창업팀에서 일하다 나와서, 하반기에 여러 기업에 지원했다. 가장 먼저 여름에 당근 백엔드 인턴 공고가 올라와 지원했고, 면접 기회가 생겼다. 당근은 Spring Boot 코드를 주고 요구사항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이었다. 단순 코드 구현이 아니라, 주어진 코드를 파악하는 류의 테스트였다. 오래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스프링부트 기반인 건 알았어도 이런 형식일 줄은 몰랐다.
당근 라이브 코테하면 알고리즘을 떠올리기 쉽다. (내 주위 모두가 다 당근 면접에선 알고리즘 코테를 봤다.) 하지만 내가 지원한 직무가 Spring Boot 관련 리팩토링 업무라, 코드를 얼마나 잘 파악하는지를 보려는 의도였던 것 같다. 단순 알고리즘보다 직무에 더 맞는 코테라고 느꼈다.
면접은 비대면 라이브 코테로 이뤄졌는데, 비대면은 생각보다 차갑다. 대면의 따뜻함이 카메라를 통해서는 잘 느껴지지 않아 더 긴장됐다. 면접관들은 내가 코테를 볼 때 카메라를 끄고 계셨고, 소통하면서 해야 하는지 빨리 문제 해결에 집중해야 하는지부터 헷갈렸다. 예상치 못한 코테 유형에 우당탕탕 그 자체였고, 결과는 좋지 않았다!
2.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서버 개발자 직무에 지원했다. 사실 내 포트폴리오로 서류가 붙을까? 하는 마음으로 넣고 까먹었는데, 온라인 코테를 보라는 메일이 왔고, 코테 후 라이브 코테 면접까지 가게 됐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이라 제주도에서 신나게 놀다가 준비도 못 하고 갔다.
데브시스터즈는 블로그에서 면접 형식 예시를 공개한다. 알고리즘까진 아니지만 구현 문제 1개, API를 만드는 문제 1개 형식으로 예시가 나와있는데, 실제로도 비슷한 유형 두 문제가 주어졌다.
특징적이었던 건, 면접과 라이브 코테가 완전히 분리되어 있다는 점이다. 라이브 코테 날에는 기술 질문이나 인성 질문이 아예 없었다. 대면으로 봤고 면접관도 친절하고 따뜻하셨다.
시간이 약간 부족하긴 했지만 제법 잘 풀었다고 생각했는데, 결과는 좋지 않았다. 이때는 사실 아쉽지도 않았다. 창업팀에서 퇴사하고 제주도에서 실컷 놀다 와서 행복했기 때문이다.
3. 야놀자 Next
연말쯤 뜬 공고를 보고 지원했다. 여기도 서류 합격 후 온라인 코테를 먼저 보고, 라이브 코테로 면접을 대신하는 구조였다. 코테까지 붙었다면 라이브 코테만 잘 보면 인턴에 합격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생각했다.
이 또한, 비대면으로 봤고, 야놀자는 가이드 영상까지 보내주는 친절함이 있었다. 실제 면접은 리드 한 분이 들어오셔서 1:1로 진행했다.
문제는 나에게 제법 어려웠다. 구현 알고리즘 형식의 문제였다. 엄청 어렵다고 할 순 없지만, 쉽지도 않았다. 긴장을 많이 했는지 머리가 하얘져서 평소에 알던 것도 전부 까먹었다. 그래도 면접관분이 차근차근 알려주시면서 이끌어주셨다. 면접이라기보다 강사님이나 스승을 모신 느낌이었다. 별건 아니었지만 면접 내내 똑똑함이 묻어나는 면접관이셔서, 저런 사람 밑에서 일하면 배울 게 많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솔직히 진행하면서도 망한 걸 알았다. 이 면접이 제일 망했다. 중간에 안 끊은 게 다행이라 생각했을 정도.. 그래도 면접관님은 마지막까지 친절하게 질문에 답해주셨다.
4. 어피닛(밸런스히어로)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는 걸 느끼고, 부캠에서 꾸준히 공부나 하자는 마음으로 연말에 현대오토에버 SW 부캠에 들어갔다. 그러다 우연히 인도 금융 사업을 하는 회사의 인턴 공고를 봤다. 앞서 본 회사들과 달리 사실 처음 알게 된 회사였는데, 찾아보니 작년 매출이 되게 좋았다. 더불어 성장하고 있는 회사라는 인상을 받았다.
물론 나는 금융 도메인 자체는 궁금했지만, 보수적인 금융 기업에 가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이 회사는 공고부터 열린 마인드였다. AI를 빠르게 활용하려는 것이 느껴졌달까? "되면 부캠할까 인턴 할까?" 고민했지만, "붙고 나서 생각하자"는 마인드로 일단 서류를 넣었다.
생각보다 빠르게 면접 안내가 왔다. 부캠 첫날 가고 둘째 날에 면접으로 빠지는 사태가 벌어졌다. 이때까지도 "되고 나서 생각하자"였다.
대면 면접으로 1시간 동안 반은 라이브 코테, 반은 면접을 봤다. 다른 곳에 비해 라이브 코테 비중이 적은 편이었다. 면접관 두 분 모두 친절했고, 아이스 브레이킹 덕에 크게 긴장하지 않았다. 뭘 해도 잘되는 날이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건 AI를 최대한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해라라는 방향이었다. 알고리즘이 아니라, 어차피 코드는 AI가 짜주는 시대이니 얼마나 잘 설계하고 지시할 수 있는지를 보는 테스트였다. 트렌디하고 도전적이라 느꼈다. 누구나 그런 생각은 하고 있지만, 채용이라는 중요한 자리에서 바로 실행에 옮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사실 면접 끝날 때쯤 느꼈다. 이번엔 붙을 것 같다는 걸.ㅎㅎ 라이브 코테만 하던 기존 경험과 달리 이런저런 질문도 주고받고, 분위기도 무겁지 않아서 재밌게 봤다. 물론 결과론적이라 편향된 후기일 수 있다.
그리고 당일에 합격 메일을 받았다. 인턴이지만 재밌어 보여서 좋았다. 아마 이 글이 올라갈 때쯤이면 이미 잘 다니고 있을 것이다. 사실 이 글을 작년 마지막에 조기 작성했지만 지금은 3월이다.. 매우 잘 다니고 있다.
취업을 완전히 끝낸 건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왔다는 게 기뻤다. 부캠이라는 안전망이 있어서 부담 없이 봤고, 오히려 그게 잘 본 이유 중 하나인 것 같다.
번외) 어피닛 다닌 후기
솔직히 회사가 너무너무 좋다. 사람들도 좋고 전반적인 회사 분위기도 좋다. 뭔가를 빠르게 시도하고 도전하는 문화가 있어서 인턴인데도 배울 게 정말 많았다. 리더분과 시니어 개발자분들이 실력이 뛰어나시다 보니 팀 전체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느낌이다. 다니니까 좋다고 하는 거 아니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별로였으면 굳이 이 섹션을 안 썼을 것이다 ㅎㅎ
복지도 좋다. 돈을 잘 벌고 있는 회사라 그런지 잘 쓰는 것 같다.. 그리고 돌이켜보면, 이 회사에 안 오고 부캠을 계속했다면 꽤 큰일이었을 것 같다. 부캠 자체를 뭐라 하는 건 아닌데, 그때의 나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 자체가 없었다. 그 상태로 갔으면 코테 문제나 풀면서 시간을 보냈을 가능성이 높다. 이 회사에 와서 AI를 빠르게 활용해 보고, 자동화도 해보고, 문제를 AI와 함께 해결하는 경험을 했다. 이게 진짜 컸다. 혹시라도 우연히 공고를 본다면 지원해보시길..
라이브 코테를 보며 느낀 점
여러 곳을 보면서 느낀 것들을 정리하면 이렇다.
- 기업마다 나름의 힌트를 준다. 공고, 블로그, 가이드 영상 등을 살펴보면 어떤 유형인지 어느 정도 알려주는 곳이 있다. 따라서 잘 찾아보면 좋을 것 같다.
- 대면/비대면 차이가 크다. 개인적으로 비대면은 생각보다 차갑고 소통이 어려웠고, 대면은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웠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 나는 대면에서 내 분위기를 더 잘 살릴 수 있다고 느꼈다. 비대면은 카메라 너머로 교감이 잘 안 돼서 긴장이 더 됐고, 대면은 공기를 같이 마시니까 훨씬 편했다. (물론 사람 성향마다 선호하는 면접 형식은 다를 수도 있다.)
- 코테 실력만 보는 게 아니다. 단순 구현 능력이 아니라 소통 능력, 문제 접근 과정까지 본다. 그래서 더 어려운 것 같다.
- 면접관의 영향도 크다. 당연한 소리겠지만 면바면이다.
- 긴장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나는 부담 없이 본 면접이 오히려 잘 됐다. 너무 절박하면 긴장이 과해진다.
(그래도 좋은 서비스 기업들이라 네 곳 모두 면접 경험이 다 좋게 남았다. 면접관 분들도 되게 따뜻하거나 친절하셨다. 그러니 모두 너무 긴장하지 마시길 바라며..)
반년 동안 꽤 많은 라이브 코테를 봤는데, 형태는 바뀔 수 있어도 당분간은 이 추세가 될 것 같다. 비록 자세하진 않지만 최대한 그때를 복기해서 작성했으니 도움이 되길 바란다. 더불어 아마 이 제도는 다른 사람에게도 어려울 테니, 너무 부담 갖지 말고 편하게 보길 추천한다.
당연히 처음부터 잘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것 같다. 어쩌면 나도 3번의 경험으로 4번째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그러니 너무 겁먹지 말고 기회가 될 때 경험해 보는 게 좋은 것 같다.
이거 보는 모두가 잘 되길 바라며, 이거 보고 잘되시면 꼭 나중에 저를 키워주세요.. ^_^
궁금한 게 있다면 댓글로 남겨주시면, 기억나고 답할 수 있는 선에서 답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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